Untitled Document
home
home login join english home logout modify english


 


총 게시물 116건, 최근 0 건
   
[함석헌 저서]

누구에게 내 마음을 열 수 있을까

글쓴이 : 최고관리자 날짜 : 2015-10-03 (토) 15:06 조회 : 913
재단법인씨알의 홈페이지입니다. 재단법인씨알의 홈페이지입니다.
  11월 어느 저녁 나는 펜들힐에서 이상한 체험을 했습니다. 나뭇잎들은 누렇게 단풍이 들었습니다. 아직 떨어지지 않았고, 비가 부슬부슬 오는 저녁이었습니다. 나는 내 방에 앉아 이 생각 저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. 쓸쓸했습니다. 내 일생은 실패다. 이제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다. 죽기 전에 내 속을 열어야 하겠는데 어떻게 하면 그것을 할까, 누구에게다가 할까, 누구 하나라도 있어서 내 말을 들어주고 내 마음을 풀어주어야 하겠는데 누가 그것을 할까, 누구에게 내 마음을 열 수 있을까,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.
 사람들은 보통 일에 성공을 한 사람은 말할 자격이 있지만 실패한 사람은 아무 말할 자격이 없다고 합니다. 나는 반대로 생각합니다. 실패한 사람이야말로 할 말이 있습니다. 많습니다. 그런데 보통 들으려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. 재판장은 말할 것도 없고, 선생 부모도 실패자의 심정을 참으로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. 그것은 혼자 골방에 갇힌 마음이요, 막다른 골목에 든 심정입니다. 실패한 사람이란, 한 사람만이라도 자기를 알아주고 귀를 기울여준다면 다시 살아난 마음으로 세상을 대할 수 있겠는데 하고 생각하는 법입니다. 그날 저녁 내 마음은 바로 그러했습니다. 예수님이 지금 땅 위에 계신다면 나는 달려가서 마리아처럼 그의 발밑에 앉아서 내 속을 다 털어내놓을 것입니다. 그러나 세상에 그 같은 이는 하나도 없습니다. <함석헌 전집 15 : 펜들힐의 명상> 24쪽

함석헌


☞특수문자
hi